물건을 훔치려다 들켜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했는데 절도미수로 입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마음을 먹고 준비까지 했다가 스스로 그만두었는데 그것도 처벌되는지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가 생기지 않은 행위를 어디서부터 처벌할지는 실행의 착수라는 기준으로 갈리고, 멈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어디까지 갔는지와 왜 멈췄는지, 이 두 가지가 결론을 정합니다.
어디서부터 미수인가
형법 제25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끝내지 못했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를 미수로 정하고 있습니다. 착수가 있어야 하고 결과에는 이르지 않아야 하니, 두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야 미수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아직 아무 피해도 생기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수는 결과가 없는 상태를 처벌하겠다고 법이 따로 정해 둔 영역이고, 죄명 뒤에 미수라는 두 글자가 붙는 순간 재판의 쟁점은 피해가 아니라 행위로 옮겨 갑니다.
중요한 것은 미수를 처벌한다는 규정이 따로 있는 죄에서만 처벌된다는 점입니다. 살인, 절도, 강도, 사기, 강간처럼 주요 범죄에는 미수범 규정이 있습니다. 반면 폭행이나 명예훼손처럼 미수 규정이 없는 죄는 아무리 시도했어도 미수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죄명을 듣는 순간 미수범 규정이 있는 죄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행의 착수는 어떻게 판단하나
실행의 착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직접 시작한 시점입니다. 준비 단계와 미수를 가르는 선이며, 판례는 법익 침해에 밀접한 행위가 있었는지, 그로 인해 결과 발생의 현실적 위험이 생겼는지를 봅니다.
착수는 마음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합니다. 절도라면 훔칠 물건을 물색하기 시작한 때, 주거침입이라면 문을 열려고 손을 댄 때가 착수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사기에서는 속이는 행위를 시작한 때, 살인에서는 흉기를 들고 피해자에게 다가간 때가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착수를 다툴 때는 마음속 계획이 아니라 그 시점의 객관적인 위험성을 따집니다. 같은 준비라도 어디까지 갔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죄마다 판례가 쌓아 온 선이 다르므로, 자기 사건의 죄명에서 그 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못 한 것과 그만둔 것은 왜 다른가
미수는 멈춘 이유에 따라 갈라집니다. 들켜서, 피해자가 저항해서, 훔치려던 물건이 그 자리에 없어서 실패했다면 외부의 사정이 행위를 끊은 것이므로 장애미수가 됩니다.
반대로 형법 제26조가 정한 중지미수는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경우입니다. 두 유형의 차이는 말장난이 아닙니다. 장애미수는 형을 감경할 수 있을 뿐이어서 기수와 같은 형이 선고될 수도 있지만, 중지미수는 형을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하나는 할 수 있다이고 다른 하나는 해야 한다입니다.
| 구분 | 내용 |
|---|---|
| 장애미수 | 외부 사정으로 완성하지 못한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다(임의적 감경) |
| 중지미수 | 스스로 그만두거나 결과를 막은 경우. 형을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
| 불능미수 | 처음부터 결과가 불가능했으나 위험성은 있는 경우.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
| 불능범 | 위험성조차 없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
| 예비·음모 | 착수 이전의 준비. 처벌 규정이 있는 중대 범죄에서만 처벌한다 |
자의로 그만두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래서 실무의 다툼은 자의성 한 곳에 몰립니다. 후회가 들어서, 피해자가 딱해서 그만두었다면 자의성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발각될 것 같아서, 생각보다 어려워서,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멈췄다면 자의가 아닙니다. 같은 중지인데 이유가 다릅니다.
판례가 보는 것은 계속할 수 있었는데도 그만두었는가입니다. 외부의 장애가 없었다는 사정이 여기서 힘을 발휘합니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 달아난 것과, 아무 일도 없는데 스스로 도구를 내려놓은 것은 전혀 다릅니다. 앞의 것은 장애미수이고 뒤의 것이 중지미수입니다. 그 사이에 형의 필요적 감면이 놓여 있습니다.
행위를 이미 끝낸 뒤라도 결과가 생기는 것을 스스로 막았다면 중지미수가 됩니다. 다만 결과를 막으려는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하고, 실제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노력했지만 끝내 결과가 생겼다면 그것은 기수이고, 남는 것은 양형에서의 참작뿐입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면 어떻게 되나
빈 지갑에 손을 넣었다면 훔칠 물건이 애초에 없었습니다. 형법 제27조는 이처럼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하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이것을 불능미수라고 부릅니다.
위험성은 행위 당시 일반인이 알 수 있었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설탕을 독약으로 알고 먹인 경우에는 위험성을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반대로 미신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해치려 한 경우는 위험성이 없어 불능범이 되고 처벌하지 않습니다. 경계에 놓인 사례가 많은 영역입니다.
그러니 불능미수에서 진짜 쟁점은 결과가 가능했느냐가 아니라 위험해 보였느냐입니다. 이 둘은 다릅니다. 결과가 불가능했다는 사실만 강조하면 오히려 위험성 판단의 기준을 놓치게 됩니다.
착수 전에 그만두면 처벌받지 않나
원칙은 그렇습니다. 착수 이전의 준비 행위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형법은 중대한 범죄에 한해 예비와 음모를 따로 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까지만 하고 그만두었다면, 먼저 그 죄에 예비 처벌 규정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 살인을 위해 흉기를 사고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했다면 살인예비에 해당합니다.
- 강도, 방화, 내란처럼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있는 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 절도에는 예비 처벌 규정이 없어, 착수 전에 멈추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예비 단계에서 자의로 그만둔 경우에 중지미수 규정을 준용할 수 있는지는 다툼이 있습니다. 판례는 준용을 부정합니다. 그 결과 예비죄의 형이 중지미수보다 무거워지는 불균형이 생긴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고, 실무에서는 양형의 정상으로 참작해 그 간격을 좁힙니다.
여럿이 함께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
공동으로 착수한 뒤 한 사람이 슬쩍 빠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나머지가 결과를 만들어 내면 빠진 사람도 기수의 책임을 집니다. 중지미수가 되려면 자기 행위를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공범의 실행까지 막아야 합니다. 함께 시작한 이상 혼자 손을 떼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말려서 그만두게 했거나 신고해서 결과를 막았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만 중지미수가 인정되고, 단순히 현장을 떠난 것은 중지로 보지 않습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그냥 빠져나온 뒤 자수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무엇을 다투나
피의자 측의 주장은 대개 둘 중 하나로, 착수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거나 자의로 중지했다는 것입니다. 착수가 부정되면 무죄이고 중지가 인정되면 형의 필요적 감면으로 이어지므로, 어느 쪽이든 실익이 매우 큽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야 합니다. 미수와 기수의 경계도 죄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절도는 물건을 자기 지배 아래 옮긴 때, 사기는 재물을 교부받은 때가 기수이고 그 전에 멈추면 미수입니다. 자기 사건이 어느 쪽인지는 이 경계선을 어디에 긋느냐로 정해집니다.
주의
계산대를 지나기 전이라는 사정은 절도미수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가게 안에서 물건을 가방에 넣어 자기 지배 아래 옮긴 순간 이미 기수로 보는 것이 판례입니다.
다툼의 승패는 그날의 행동 순서와 멈춘 이유를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폐쇄회로 영상, 통화 기록, 동선, 현장에서의 발언이 그 자료입니다. 진술이 조사 때마다 흔들리면 자의성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미수라고 해서 늘 가볍게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살인미수는 피해자가 살아났더라도 중형이 선고되고, 재산범죄의 미수는 피해 회복과 합의 여부에 따라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
미수는 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것이고,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는 죄에서만 문제가 됩니다. 폭행이나 명예훼손처럼 규정이 없는 죄에는 미수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착수는 법익 침해에 밀접한 행위를 시작한 시점으로 판단합니다. 외부 사정으로 실패한 장애미수는 감경할 수 있을 뿐이지만, 자의로 그만둔 중지미수는 감경하거나 면제해야 합니다. 예비와 음모는 중대 범죄에서만 처벌됩니다. 결국 어디까지 갔고 왜 멈췄는지를 자료로 보여 주는 일이 형을 정합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5조, 제26조, 제27조, 제28조, 제29조, 제30조, 제255조, 제343조, 제329조, 제342조, 제347조, 제352조, 제3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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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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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했는데 왜 처벌되나요?
절도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어 물건을 물색하기 시작한 때 착수로 인정됩니다. 결과가 없더라도 착수 이후의 행위는 절도미수로 처벌됩니다.
제 발로 그만뒀는데 형이 줄어드나요?
자의로 중지했다면 중지미수로 형이 반드시 감경되거나 면제됩니다. 다만 들킬 것 같아서나 목적을 이룰 수 없어서 멈춘 것은 자의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준비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착수 전의 준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살인, 강도, 방화 등 중대 범죄에는 예비와 음모 처벌 규정이 있어 흉기 구입과 동선 파악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같이 하다가 저만 빠졌는데 책임이 없나요?
다른 공범이 결과를 냈다면 빠진 사람도 기수의 책임을 집니다. 중지미수가 되려면 다른 공범의 실행까지 막아 결과 발생을 방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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