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을 잠깐 썼다가 곧 채워 넣었는데 몇 달 뒤 횡령으로 고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작은 법인의 대표가 자기 사업 돈처럼 쓰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횡령은 돈이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지위에서 누구의 돈을 다루었는지, 그리고 그 돈을 자기 것으로 삼을 생각이 있었는지가 요건입니다. 무엇이 성립을 가르고 실제 다툼은 어디에서 벌어지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횡령은 어떤 구조로 성립하나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를 횡령죄로 정합니다. 출발점은 보관자의 지위입니다. 그 지위가 없으면 돈이 오갔더라도 횡령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업무라는 요소가 붙으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올라갑니다.
보관자란 위탁 관계에 따라 재물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소유자와 사이에 맡기고 맡은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경리 직원, 대표이사, 조합의 회계 담당자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직함이 아니라 관계의 실질을 봅니다.
업무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따라 계속 반복해서 맡는 사무를 뜻합니다. 직업이나 직책에 따라 돈을 다루어 왔다면 여기에 해당하고, 어쩌다 한 번 맡아 준 것이라면 단순횡령에 그칩니다. 반복성이 두 죄를 가릅니다. 실무에서는 직위보다 실제로 어떤 돈에 손댈 수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회사 돈은 대표에게도 남의 돈인가
그렇습니다. 법인의 돈은 대표에게도 타인의 재물입니다. 주주가 한 사람뿐인 회사라도 법인과 개인은 별개의 인격이기 때문에, 지분을 전부 가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 자금이 자기 돈이 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개인 사업자와 갈립니다. 개인 사업체의 자금은 사업주 본인의 재산이지만 법인 전환을 한 순간 같은 돈에 다른 규칙이 적용되므로, 예전 습관대로 쓰다가 문제가 되는 사건이 꾸준히 나옵니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법인 계좌에서 나가는 돈은 그때부터 용도와 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돈이 됩니다. 대표 개인 카드와 법인 카드를 섞어 쓰거나 법인 계좌에서 생활비를 인출하는 습관이 뒤에 가장 흔한 쟁점이 됩니다. 통장을 분리하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이 정리됩니다.
진짜 다투는 자리는 어디인가
요건 가운데 실제로 공방이 붙는 것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보관하던 남의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생각을 말합니다. 보관 방법을 어긴 것과 자기 것으로 삼은 것은 다르기 때문에, 돈을 어디에 왜 썼는지가 곧 쟁점이 됩니다.
잠시 쓰고 곧 돌려놓을 생각이었다는 주장은 가능합니다. 다만 받아들여지는 범위가 좁습니다. 법원은 돌려놓을 능력이 실제로 있었는지, 정말 돌려놓았는지, 그 기간이 얼마였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나중에 채워 넣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미 성립한 죄가 변제로 사라지지는 않고, 원칙적으로 양형에서 고려될 뿐입니다. 다만 채운 시점과 경위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정황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채웠는지를 기록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회계상 가지급금으로 처리해 두었다는 설명도 자주 나옵니다. 그것만으로 횡령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따로 보기 때문이고, 오래 정리되지 않은 가지급금은 오히려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세무상의 처리와 형사 판단은 별개로 움직입니다.
회사의 승인이 있었다면 달라지나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대표가 법인 자금을 개인 지출에 썼다면 원칙적으로 성립할 수 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평가가 나뉩니다.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 승인이 있었는지가 검토 대상입니다.
급여와 상여도 같은 틀입니다.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서, 그 근거에 따라 지급된 금액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근거 없이 임의로 가져간 부분이 문제 됩니다. 소규모 법인에서 형식을 생략하고 지내다 뒤늦게 걸리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확인할 것
· 이사 보수를 정한 정관 규정과 주주총회 결의서
· 지출 당시의 이사회 회의록과 승인 문서
· 법인 계좌에서 나간 금액과 그에 대응하는 증빙
· 가지급금의 계상 시점과 실제 반환 내역
· 동업이라면 최초 약정서와 정산 장부
배임이나 절도와는 무엇이 다른가
같은 사건을 두고 죄명이 오가는 일이 흔합니다. 구별의 기준 자체는 단순합니다.
| 구분 | 내용 |
|---|---|
| 횡령 | 보관하던 타인의 재물을 자기 것으로 삼은 경우 |
| 배임 |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힌 경우 |
| 절도 | 남의 점유 아래 있던 물건을 가져온 경우 |
횡령과 배임은 대상이 재물인지 이익인지로 갈리고, 횡령과 절도는 그 물건이 이미 누구의 점유 아래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금고 열쇠를 맡고 있었는지, 법인 계좌에 접근 권한이 있었는지 같은 사정이 여기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같은 행위가 두 죄로 함께 검토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공소사실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금액이 커지면 무엇이 달라지나
액수는 형량의 틀 자체를 바꿉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가중해 처벌하고,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의 인출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포괄일죄로 합산되면 특경법의 문턱을 넘고, 개별 범행으로 나뉘면 넘지 않습니다. 같은 사실관계에서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공소시효도 함께 움직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에 따라 업무상횡령은 10년이고, 특경법이 적용되면 그보다 길어집니다. 오래된 장부까지 조사 범위에 들어온다는 뜻이어서,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고소하는 쪽과 방어하는 쪽 모두에게 문제가 됩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방어의 축은 세 가지입니다. 보관자의 지위가 있었는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회사의 승인이 있었는지입니다. 회계 자료와 결의 서류가 그 답을 대신합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이고, 설명되지 않는 지출이 가장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 법인 계좌의 거래 내역을 지출 항목별로 분류합니다.
- 항목마다 대응하는 증빙과 결의 서류를 찾아 붙입니다.
- 증빙이 없는 항목만 따로 모아 사용 경위를 정리합니다.
- 그 정리가 끝난 뒤에 진술에 임합니다.
주의
수사 초기의 진술이 뒤에 그대로 인용됩니다. 빨리 끝내려고 편의상 인정한 문장이 불법영득의사의 근거로 쓰이는 일이 많습니다. 기억에 의존해 답하지 말고 계좌 내역과 증빙을 확인한 뒤에 진술하십시오.
고소하는 쪽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회계 감사 결과와 계좌 내역, 증빙이 없는 지출을 시간 순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금액을 특정하지 못하면 고소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감사 보고서가 있다면 그 지적 사항이 출발점이 됩니다.
피해 회복은 양형에서 크게 반영됩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횡령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했다고 사건이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361조는 횡령죄에 제328조의 친족 사이의 특례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가족 사이의 사건이라면 그 부분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동업 관계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조합 재산은 동업자 전원의 것이어서 한쪽이 임의로 쓰면 횡령이 문제 되고, 정산 과정의 갈등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일이 잦습니다. 최초의 약정서와 장부가 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고소를 당한 쪽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공소사실에 적힌 금액과 기간입니다. 어느 시점의 어떤 인출을 문제 삼는지가 특정되어야 방어의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전체를 뭉뚱그려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대응이 가장 위험합니다. 항목별로 설명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나누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정리
업무상횡령은 보관자의 지위, 타인의 재물, 불법영득의사라는 세 요건으로 성립합니다. 법인의 돈은 대표에게도 남의 돈이고, 나중에 채워 넣었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죄가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경법이 적용되어 형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실제 결론은 사용의 목적과 회사의 승인 여부에서 갈립니다. 그러니 다투든 정리하든 순서는 같습니다. 계좌 내역과 증빙, 결의 서류부터 확보해 돈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게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형사와 별개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두 절차를 함께 계획하는 편이 낫습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55조, 제356조, 제359조, 제361조, 제328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 형사소송법 제249조 · 상법 제388조, 제39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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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회사 돈을 잠시 썼다가 채워 넣었는데도 횡령인가요?
변제했더라도 이미 성립한 죄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돌려놓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는 자료가 되어 양형에 반영됩니다.
1인 회사인데 제 돈 아닌가요?
법인과 개인은 별개이므로 회사 돈은 대표에게도 타인의 재물입니다. 절차 없이 개인 용도로 쓰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횡령과 배임은 어떻게 다른가요?
재물을 가져갔다면 횡령,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혔다면 배임입니다. 같은 행위가 두 죄로 모두 검토되기도 합니다.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만 변제와 합의는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요소로 크게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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