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온 봉투를 열었더니 벌금 얼마를 내라는 종이가 들어 있습니다. 재판을 받은 기억이 없는데 결정은 이미 나 있습니다. 약식명령입니다. 다시 판단을 받을 길이 열려 있기는 하지만 기간이 아주 짧아서, 변호인을 알아보는 며칠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약식명령이 무엇인지, 며칠 안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무엇이 달라지고 다툴 실익은 어떻게 따지는지, 벌금을 내기 어려울 때의 선택지는 무엇인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약식명령은 어떤 절차로 나오나
약식명령은 법정을 열지 않고 서면만으로 벌금이나 과료를 정하는 결정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는 벌금·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는 사건에서 검사의 청구가 있으면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약식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이면 법원은 그 기록만 보고 형을 정합니다.
피고인을 부르지 않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본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한참이 지난 뒤, 봉투를 열고서야 결론이 이미 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정문에는 적용된 법조와 인정된 범죄사실, 그리고 벌금 액수가 적혀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진술한 내용과 다르게 정리된 부분이 있는지는 이 종이를 보고 처음 확인하게 됩니다.
모든 사건을 법정에서 다루면 처리가 늦어지기 때문에 마련된 제도입니다. 대신 서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는 정식재판을 청구할 권리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대로 받아들일지 법정에서 다시 다툴지는 본인이 고릅니다.
7일은 언제부터 세는가
정식재판 청구는 약식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안에 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53조가 정한 기간이고, 이 기간이 지나면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같은 법 제457조가 그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끝나 버린다는 뜻입니다.
기간은 송달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셉니다.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그 다음 근무일까지 밀립니다. 기간 계산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66조의 내용입니다.
| 구분 | 내용 |
|---|---|
| 기산일 | 약식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날의 다음 날 |
| 기간 | 7일, 중간에 휴일이 껴 있어도 그대로 진행 |
| 마지막 날이 휴일 | 그 다음 근무일까지 밀림 |
| 가족이 대신 수령 | 동거 가족이 받은 날이 송달일 |
| 기간이 지나면 |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 사건 종결 |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받았는가입니다. 동거하는 가족이 대신 받았다면 그 날이 송달일이고, 본인이 뒤늦게 봉투를 확인했다는 사정만으로 기간이 다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청구서는 어디에 어떻게 내나
청구서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냅니다. 서식은 간단하고, 이유를 자세히 적지 않아도 접수됩니다.
- 약식명령 등본에 적힌 법원과 사건번호를 확인합니다.
- 정식재판청구서에 사건번호와 청구 취지를 적고 이름을 씁니다.
- 7일 안에 그 법원에 접수합니다. 접수증은 보관해 두십시오.
- 접수한 뒤 기록 열람과 복사를 신청해 어떤 증거로 판단했는지 봅니다.
- 구체적인 주장은 이후 의견서로 보충합니다.
청구서에 무죄를 주장하는지 액수를 다투는지까지 미리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접수만 되면 사건은 공판절차로 넘어가고, 주장은 기록을 본 다음에 정리하는 것이 순서에 맞습니다. 기록을 보기 전에 못 박아 둔 주장이 나중에 발목을 잡는 일도 있습니다.
기간 안에 청구한 사실을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편으로 보낸다면 발송일이 아니라 도달일을 기준으로 본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마감이 임박했다면 직접 접수하러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간을 놓쳤다면 방법이 없나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나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 제345조가 그 근거 조문입니다.
다만 인정되는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주의
이사하면서 주소 변경을 신고하지 않아 송달을 받지 못한 경우는 대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다시 짧은 기간이 적용되므로, 사정을 알게 된 즉시 청구서와 소명자료를 함께 내야 합니다.
상소권회복이 받아들여지면 정식재판을 다시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약식명령은 확정된 상태로 그대로 남습니다.
왜 기간을 지키지 못했는지를 뒷받침할 자료가 핵심입니다. 입원 기록, 출입국 기록, 우편물 반송 내역처럼 제3자가 만든 자료가 있으면 설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본인의 진술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나
형종 상향의 금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있는 원칙입니다.
벌금이 징역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이 점을 알고 나면 청구를 망설일 이유가 하나 줄어듭니다.
그런데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금지되는 것은 형의 종류이지 액수가 아닙니다. 2017년 개정으로 종전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형종 상향 금지로 바뀌면서 벌금액 자체는 조정될 여지가 생겼습니다. 실무에서 특별한 사정 없이 액수가 오르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오르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검사가 함께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라면 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툴 실익은 어떻게 따지나
다툴지 말지는 액수가 아니라 유무죄와 자격을 기준으로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벌금형도 형의 선고여서 범죄경력자료에 남고, 액수를 깎아도 전과라는 성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록이 남지 않는 결과는 무죄뿐입니다.
자격 문제가 걸려 있으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부 공무원과 전문직은 벌금형만으로도 결격이나 징계 사유가 되는데, 이런 사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액수보다 유무죄가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그 판단까지 7일 안에 마쳐야 하는 셈입니다.
확인할 것
· 봉투에 찍힌 송달일과 오늘 날짜
· 적용 법조와 인정된 범죄사실이 내가 아는 사실과 같은지
· 벌금형이 자격, 면허, 인사에 미치는 영향
· 기록 열람과 복사로 확인할 증거의 범위
범죄경력자료와 수사경력자료는 남는 범위가 다릅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이 실효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평생 조회된다고 지레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판이 열리면 무엇이 달라지나
청구가 접수되면 사건은 일반 형사공판으로 넘어가고 공판기일이 지정됩니다.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거쳐 판결로 마무리됩니다. 법원은 약식명령의 내용에 구속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판단합니다.
몇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식재판이 열리면 법정에 나가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두 번 출석하지 않으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으므로,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면 미리 기일변경을 신청해야 합니다. 아무 연락 없이 나오지 않으면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판단을 받는 구조입니다. 약식명령에 적힌 액수가 기준선처럼 작동하지는 않되, 형의 종류만은 제457조의2의 제한을 받습니다.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는 청구를 취하할 수 있습니다. 취하하면 원래의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한 번 취하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청구할 수 없으니,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벌금을 내기 어려울 때는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검찰에서 납부 고지가 옵니다. 형편이 어렵다면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신청할 수 있고, 금액과 요건에 따라 사회봉사로 대신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내지 않고 두면 노역장 유치로 이어집니다. 형법은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하고, 제70조는 벌금을 선고할 때 납입하지 않는 경우의 유치기간을 함께 정하도록 합니다. 일당으로 환산해 그 기간 동안 작업하게 됩니다.
사회봉사로 대신하는 제도는 금액 한도와 요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누구나 신청하면 되는 것이 아니므로 고지서를 받은 뒤 검찰에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신청 시기를 놓치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가장 나쁜 선택은 연락을 피하는 것입니다. 지명수배로 이어지면 일상생활이 곧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먼저 검찰에 사정을 알리고 남은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봉투를 연 날이 가장 중요합니다. 약식명령은 7일이 지나면 확정판결과 같아지고, 그 뒤에는 되돌릴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확인할 것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기간을 지킬 수 있는가, 그리고 다투어서 얻을 것이 있는가입니다.
다툴지 여부는 액수가 아니라 유무죄와 자격 문제를 기준으로 정하십시오. 판단이 서지 않는데 기간이 임박했다면, 이유를 적지 않은 청구서라도 먼저 내고 주장은 뒤에 보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취하는 1심 선고 전까지 가능하므로, 일단 기간부터 지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448조, 제453조, 제457조, 제457조의2, 제345조, 제66조 · 형법 제69조, 제70조 ·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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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7일이 지났는데 방법이 없나요?
본인의 책임 없는 사유가 있었다면 상소권회복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주소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는 대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벌금이 올라갈 수 있나요?
형의 종류는 무거워질 수 없지만 액수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유지되는 편이나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청구서에 이유를 자세히 써야 하나요?
아닙니다. 기간 안에 청구하는 것이 우선이고 구체적인 주장은 공판 과정에서 정리하면 됩니다.
벌금을 한 번에 내기 어렵습니다.
검찰에 분할납부나 납부연기를 신청할 수 있고, 요건을 갖추면 사회봉사로 대체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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