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은 형사재판에서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확실히 알지 못했더라도 처벌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입니다.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괜찮다고 받아들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과실과 어디서 갈리는지, 법원이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 어떤 사건에서 주로 문제 되는지, 다투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고의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나
고의는 두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결과를 알았는가,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였는가입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형법 제14조는 주의를 게을리해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확정적 고의는 두 축이 모두 분명한 경우입니다. 미필적 고의는 결과가 생길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용인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가 확정적 고의보다 가볍게 처벌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둘 다 고의범으로 처벌되고 법정형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는 양형 단계에서 다른 사정들과 함께 고려될 뿐입니다.
인식 있는 과실과 어디서 갈리나
실무에서 진짜 다툼이 되는 것은 과실 중에서도 인식 있는 과실입니다. 가능성은 알았지만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고 믿었던 경우입니다. 인식이 있었다는 점만 놓고 보면 미필적 고의와 겉모습이 같습니다.
| 구분 | 결과에 대한 인식 | 내심의 태도 | 처벌 |
|---|---|---|---|
| 확정적 고의 | 결과가 생긴다고 알았다 | 그것을 의욕했다 | 고의범 |
| 미필적 고의 | 생길 수 있다고 알았다 |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 고의범 |
| 인식 있는 과실 | 생길 수 있다고 알았다 | 그렇게 되지는 않으리라 믿었다 |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
| 인식 없는 과실 | 가능성 자체를 몰랐다 | 주의를 게을리했다 |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
용인
결과가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 내심의 태도를 말합니다. 원했다는 뜻이 아니라, 원하지 않으면서도 감수했다는 뜻입니다.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은 인식의 유무가 아니라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문제는 용인이 내심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본인 머릿속을 열어 볼 수 없으니 법원은 겉으로 드러난 사정에서 추단합니다. 그래서 재판에서는 무엇을 인정했다고 말하는지보다 당시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판단 자료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행위자가 가지고 있던 정보
-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를 했는지, 했다면 어느 정도였는지
- 그 행위로 결과가 생길 확률이 얼마나 높았는지
- 행위를 계속한 시간과 반복 여부
- 결과가 생긴 뒤에 보인 태도
이 사정들을 하나씩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해서 용인이 있었는지를 평가합니다. 위험을 줄이려고 무엇인가를 했다면 그 조치는 용인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면 그 반복 자체가 용인의 근거가 됩니다.
결과가 생긴 뒤의 태도도 봅니다. 곧바로 멈추고 신고한 경우와, 계속하다가 적발된 경우는 다르게 읽힙니다.
재산 범죄에서는 어떻게 다투어지나
가장 흔한 유형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입니다. 단순 아르바이트로 알았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그 일의 구조가 정상적인지를 봅니다. 현금만 취급하고, 상대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으며, 지시가 대포폰이나 익명 메신저로 오는 구조라면 정상적인 업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계좌를 넘긴 사건도 같은 틀로 판단합니다. 대가를 받았는지, 여러 개를 넘겼는지, 용도를 물어보았는지가 확인 대상입니다. 모른다고만 하면 오히려 불리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물 사건은 가격에서 갈립니다. 형법 제362조는 장물을 취득하거나 양도, 운반, 보관한 행위를 처벌하는데, 출처가 수상한 물건을 시세보다 크게 싸게 사들였다면 확인하지 않은 태도 자체가 문제 됩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당연히 물었을 사항을 일부러 묻지 않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사기죄에서는 편취 고의가 쟁점입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처벌하므로, 갚을 수 없는 상태를 알면서 돈을 빌렸는지를 따집니다. 당시의 재산 상태와 다른 채무, 빌린 돈의 사용처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갚지 못한 것과는 구분됩니다.
생명과 신체에 관한 사건에서는
흉기가 등장하는 사건에서는 형법 제250조의 살인과 형법 제257조의 상해 중 어느 쪽인지가 다투어집니다. 공격한 부위와 흉기의 종류, 힘의 정도, 반복 여부가 핵심입니다. 급소를 향한 공격은 사망 가능성을 용인한 것으로 평가되기 쉽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는 접근이 다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은 음주나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무겁게 처벌합니다. 살인의 고의까지 인정되는 사건은 드물고, 운전 경위와 사고 전후의 주행 상태를 함께 봅니다.
방화에서는 안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인식했는지가 문제 됩니다. 시간대와 건물의 용도, 인기척을 확인했는지가 판단 자료입니다. 결과가 중해서 인정 여부에 따라 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경우는 대부분 과실로 처리됩니다. 다만 반복해서 지적받고도 방치했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그래서 시정 요구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모른 척한 것도 인식으로 보나
법원은 관대하게 보지 않습니다. 알 수 있었는데 일부러 확인하지 않은 태도는 그 자체가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확인이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묻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선의를 주장하려면 확인하려 한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물어본 기록, 검색한 기록, 이상해서 그만두려 한 정황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메신저 기록은 양날의 칼입니다. “이거 문제 되는 거 아니냐”고 물은 문장은 의심했다는 점에서 인식의 증거가 되기도 하고, 확인하려 했다는 점에서 용인을 부정하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으로 읽힐지는 그 질문 뒤에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주의
수사 단계에서 몰랐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은 몰랐는지를 구분해 진술해야 하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면 나중에 계좌 내역이나 대화 기록과 어긋나 진술 전체가 흔들립니다.
여러 명이 관여했다면 각자 어디까지 책임지나
공범 사건에서는 각자의 인식 수준이 다릅니다. 전체 범행 구조를 몰랐더라도 자기가 맡은 역할의 성격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그 범위에서 책임이 인정됩니다. 가담한 시점과 받은 대가, 지시를 받은 경로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결과적 가중범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폭행이나 상해에는 고의가 있었는데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따라온 유형입니다. 이때는 중한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쟁점이 되고, 사망에 대한 고의까지 인정되면 죄명 자체가 바뀝니다.
상해치사와 살인의 거리가 여기에서 갈립니다.
가담 정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전체 그림을 알지 못한 채 말단에서 움직였다면 무엇을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죄명과 형량을 모두 바꾸기 때문입니다.
다투려면 무엇을 준비하나
방향은 하나입니다. 몰랐다고 말하는 대신, 당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시간 순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다투려면 모아 둘 것
· 일을 맡게 된 경위와 처음 받은 설명이 남은 대화
· 상대에게 용도나 신분을 물어본 기록과 그 답변
· 확인하려고 검색하거나 문의한 흔적
· 받은 대가의 액수와 지급 방식
· 이상하다고 느낀 뒤에 실제로 한 행동
이 자료들은 서로를 뒷받침할 때 힘이 생깁니다. 용도를 물었다는 진술만 있는 것과, 물어본 메시지와 상대의 답변이 함께 남아 있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받은 대가가 통상적인 수준이었다는 점도 용인을 부정하는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인정할 사건이라면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미필적 고의와 확정적 고의는 법정형이 같지만 양형에서는 가담 정도와 이익의 크기, 피해 회복 여부가 함께 평가되므로, 그 부분을 준비하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정리
미필적 고의는 확신의 문제가 아니라 용인의 문제입니다.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알면서 감수했다면 고의입니다.
확정적 고의와 법정형이 같다는 점, 인식 있는 과실과는 용인에서 갈린다는 점, 그리고 용인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추단된다는 점. 이 세 가지가 사건을 읽는 기준입니다.
사건 유형마다 보는 지점도 정해져 있습니다. 재산 범죄에서는 일의 구조가 정상적이었는지와 대가의 수준을 보고, 생명과 신체에 관한 사건에서는 공격한 부위와 반복 여부를 보며, 공범 사건에서는 각자가 맡은 역할의 성격을 봅니다. 다른 사건처럼 보여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알고도 감수했는가입니다.
그러니 다투는 자리에서 필요한 것은 몰랐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정보와 확인하려 한 흔적입니다. 대화 기록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데서 시작하십시오.
참조 조문
형법 제13조, 제14조, 제250조, 제257조, 제347조, 제362조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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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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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확실히 알지 못했더라도 결과가 생길 가능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였다면 미필적 고의로 처벌됩니다.
과실과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결과가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으면 고의, 생기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면 과실입니다.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합니다.
단순 아르바이트로 알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업무의 비정상성이 판단 기준입니다. 현금만 취급하거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구조였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면 형이 가벼운가요?
법정형은 같습니다. 다만 가담 정도와 이익의 크기, 피해 회복 여부가 양형에서 고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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