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 가서 갚지 않으면 사기일까요.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고, 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갚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속인 것이 있어야 사기입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2025년 말 개정으로 법정형 상한이 크게 올라간 결코 가볍지 않은 죄가 되었지만, 그만큼 성립 요건은 정교하게 짜여 있어, 모든 떼인 돈이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 채무불이행과 형사 사기의 경계가 어디에 그어지는지, 부산에서 형사 사건을 다루어 온 변호사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고소를 준비하는 분에게도, 갑자기 피고소인이 된 분에게도 판단의 출발점은 결국 같은 조문입니다.
네 개의 고리 - 기망, 착오, 처분, 이득
사기죄는 네 개의 고리가 순서대로 이어져야 성립합니다. 기망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상대가 착오에 빠지고, 착오 상태에서 재물이나 이익을 넘기는 처분 행위를 하고, 그 결과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득을 얻어야 합니다. 고리 하나라도 끊어지면 사기죄는 무너지고 무죄가 됩니다. 속였지만 상대가 속지 않고 동정심 같은 다른 이유로 돈을 준 경우, 착오는 있었지만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수사와 재판은 이 네 고리를 하나씩 짚어 가며 진행되기 마련이므로, 사건 분석도 같은 순서로 해야 정확합니다. 어느 고리가 가장 약한지 찾는 것이 방어의 기술이고, 모든 고리를 자료로 잇는 것이 고소의 기술입니다.
기망이란 - 말하지 않은 것도 속임수가 되나
기망은 적극적인 거짓말만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꾸며낸 말이 없어도, 판례는 거래의 신의칙상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실을 숨긴 부작위도 기망으로 봅니다. 담보로 잡힌 부동산임을 숨기고 판 경우, 이미 지급불능 상태임을 숨기고 물건을 받은 경우가 전형적인 사례로 판결문에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반면 상거래의 다소 과장된 선전, 장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 표명은 원칙적으로 기망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 경계는 과거와 현재의 사실을 속였느냐, 아니면 의견과 기대를 말했을 뿐이냐에 있습니다. 기망의 존재는 결국 거래 당시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말했는가의 증명 문제로 귀결됩니다. 거래 전의 메시지와 설명 자료, 광고 문안이 그 시점에 오간 말을 복원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차용금 사기 - 변제 의사와 능력의 시점
형사 실무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단연 빌린 돈 사건입니다. 판단의 기준 시점은 언제나 돈을 빌리는 그 순간이라는 것, 이것이 이 유형의 제1원칙입니다. 그때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행세해 빌렸다면 사기이고, 빌린 뒤의 사정 변화로 갚을 수 없게 된 것뿐이라면 원칙적으로 민사의 영역에 남습니다. 수사기관은 차용 당시의 재산 상태, 다른 채무의 규모, 돈의 실제 사용처, 변제 노력의 흔적으로 그 순간의 의사를 역추적합니다. 빌린 직후 다른 빚을 돌려막은 흔적, 처음부터 연락을 끊으려 한 정황은 불리한 자료가 되고, 반대로 일부라도 이자를 내며 변제 계획을 공유한 기록은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용도를 속인 경우도 중요합니다. 사업자금이라 말하고 도박에 쓴 사안처럼 용도 기망이 인정되면, 갚을 능력과 무관하게 사기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돈의 흐름을 추적한 계좌 기록이 용도 기망 사건의 사실상 유일한 열쇠입니다.
처분 행위와 이득 - 잊히기 쉬운 요건
사기죄에는 피해자 스스로의 처분 행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속아서 스스로 넘겨야 사기이고, 몰래 가져가면 절도입니다. 점원을 속여 물건을 받아 나오는 사안과 진열대에서 그냥 가져가는 사안의 죄명이 갈리는 이유입니다. 속임과 탈취가 섞인 사건에서는 이 구별이 죄명을 가르는 실제 쟁점이 됩니다. 재산상 이익도 대상이므로 채무 면제를 받아내거나 무전취식처럼 용역을 제공받는 것도 사기가 될 수 있고, 제2항에 따라 제3자가 이득을 얻게 한 경우도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대출 사기처럼 금융기관이 피해자인 유형은 이 항이 자주 적용되는 자리입니다. 피해액의 크기는 죄의 성립이 아니라 형의 무게를 정합니다.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법으로 넘어가 형이 가중되므로, 피해액 산정 방식 자체가 그 자체로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 됩니다. 여러 피해자의 편취액을 합산할지, 개별로 볼지에 따라 적용 법률이 갈리는 사건도 있습니다.
양쪽의 실무 - 고소인과 피의자
사기로 고소하려는 쪽은 감정이 아니라 위의 네 고리를 증명해야 합니다. 계약서와 이체 내역, 거래 당시의 대화 기록으로 기망과 처분의 연결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고, 단순히 약속대로 돈을 못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혐의없음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고소장은 분량이 아니라 고리별 증거 목록의 완성도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피의자 쪽은 거래 당시의 변제 능력과 의사를 보여주는 자료, 사후의 변제 노력의 흔적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뼈대가 됩니다. 합의와 피해 회복은 양형에 크게 반영되지만, 다만 기소 전의 성급하고 어중간한 일부 변제가 오히려 기망의 자인처럼 읽히지 않도록 시점과 방식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여러 건이 얽힌 사건에서는 어느 건부터 어떻게 정리할지의 순서가 결과를 바꿉니다. 사기 사건은 결국 거래 그날의 재구성 싸움이고, 재구성의 재료는 기억이 아니라 그날 남겨진 기록들입니다. 기록이 있는 쪽이 그날을 지배합니다.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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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는데 사기로 고소할 수 있나요?
빌리는 시점에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정이 보여야 합니다. 당시의 재산 상태, 돈의 사용처, 거짓 설명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으면 고소를 검토할 수 있고, 단순 미변제만으로는 민사 절차가 원칙입니다.
사기죄 형량이 올라갔다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형법 개정으로 제347조의 법정형이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다만 행위 시점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과장 광고도 사기가 되나요?
상거래 관행상 용인되는 정도의 과장은 기망이 아니지만, 구체적 사실을 속인 광고는 사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없는 인증을 있다고 하거나 원산지·성분을 속이는 것처럼 사실의 기재가 허위인 경우가 그 경계 너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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