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과정이 영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화면 속에서 피의자가 사실을 인정하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되어 있습니다. 이 영상을 법정에서 틀면 유죄의 증거가 되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습니다. 형사소송법에서 영상녹화물은 독립한 증거로 쓰이는 자료가 아니라 다른 절차를 보조하는 자료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 제244조의2
먼저 만드는 방식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제244조의2 제1항은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할 수 있다고 하면서,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찍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의 대화나 중간의 휴식이 빠진 영상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제2항은 녹화가 완료된 때 피의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지체 없이 원본을 봉인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도록 정합니다. 제3항은 요구가 있으면 재생하여 시청하게 하고, 이의를 진술하면 그 취지를 기재한 서면을 첨부하도록 합니다.
피의자가 아닌 사람은 제221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이 경우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 피의자와 달리 동의가 요건입니다.
본증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전문법칙의 예외를 정한 조문들을 보면 영상녹화물이 독립한 증거로 등장하는 자리가 없습니다.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는 조서와 서류, 진술을 다룰 뿐입니다.
그래서 영상녹화물을 곧바로 범죄사실 인정의 증거로 삼는 것은 이 구조와 맞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세 가지 보조적 용도입니다.
용도 하나 — 조서의 성립을 증명하는 자료
제312조 제4항은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을 적은 조서에 관하여, 그 기재가 원진술자가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라고 정합니다.
여기서 영상녹화물은 조서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조서가 증거가 되는 것이지, 영상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용도 둘 — 증명력을 다투는 자료
제318조의2 제1항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법정에서의 진술이 수사 단계와 달라진 경우, 그 신빙성을 흔들기 위한 자료로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데 쓰는 것과 층이 다릅니다.
용도 셋 — 기억을 환기시키는 자료
제318조의2 제2항이 영상녹화물을 따로 떼어 규율합니다.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영상녹화물은 「기억이 명백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기억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습니다.
조건이 좁습니다. 기억이 흐린 부분이 있어야 하고, 그 필요가 인정되어야 하며, 대상도 그 사항에 한정됩니다. 법정에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지 않은 이유입니다.
영상녹화물이 놓이는 세 자리
1. 조서의 성립 진정을 증명하는 객관적 방법(제312조 제4항)
2.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는 자료(제318조의2 제1항)
3. 기억 환기용 재생(제318조의2 제2항)
왜 이렇게 설계되었나
영상은 조서보다 정확해 보입니다. 표정과 말투까지 남으니 오히려 신뢰할 만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법은 영상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재판의 구조에 있습니다. 유죄의 근거는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과 그에 대한 반대신문을 거쳐 확인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앞에 있습니다. 영상이 곧바로 증거가 되면 재판이 수사 단계의 재생으로 대체될 우려가 생깁니다.
또 하나는 영상 자체의 힘입니다. 화면은 문서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고, 그 인상이 다른 증거의 평가까지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법이 재생의 조건을 좁게 정해 둔 데에는 이런 사정도 놓여 있습니다.
피해자 조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다만 모든 영역에서 같지는 않습니다. 아동이나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진술처럼 별도의 특례가 적용되는 영역이 있고, 이 경우에는 다른 법률이 정한 요건에 따라 취급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건의 유형에 따라 어느 법률이 적용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의 일반 규정만 놓고 판단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방어의 관점에서
영상이 있다는 사실은 양쪽 모두에게 자료가 됩니다. 조서에 적히지 않은 맥락, 질문의 방식, 답변까지의 시간이 화면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서와 영상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실무의 출발점이 됩니다. 조서가 진술의 취지를 좁히거나 넓혀 옮긴 부분이 있다면 그 지점이 다툼의 자리가 됩니다.
반대로 영상이 전 과정을 담고 있지 않다면 그 자체가 문제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제244조의2 제1항이 요구하는 방식이 지켜졌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영상녹화물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나요?
전문법칙의 예외 조문들은 조서와 서류, 진술을 대상으로 하며 영상녹화물을 독립한 증거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보조적 용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Q2. 일부만 녹화해도 되나요?
제244조의2 제1항은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Q3. 참고인 조사도 동의 없이 녹화할 수 있나요?
제221조 제1항은 피의자가 아닌 사람에 대해서는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한병철 변호사
부산 해운대 사무소 | 1533-7377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인용 법령: 형사소송법(법률 제21241호, 시행 2026. 7. 1.) 제221조, 제244조의2, 제312조, 제318조의2
형사 분야 전문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전문변호사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