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 갔는데 갚지 않습니다. 투자하라고 해서 보냈더니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곧바로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갚지 않는 것과 속인 것은 법에서 다른 문제로 다룹니다. 앞의 것은 민사이고 뒤의 것이 형사입니다. 그 경계를 정한 조문이 형법 제347조이고, 2025년 개정으로 법정형까지 크게 올라갔습니다. 어디에서 갈리는지, 고소하는 쪽과 당한 쪽이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2025년 개정으로 무엇이 달라졌나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제2항은 같은 방법으로 제3자에게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법정형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유가 있습니다.
2025년 12월 23일 개정으로 징역의 상한이 10년에서 20년으로, 벌금이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오래된 글은 개정 전 형량을 그대로 적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사건에 어느 형이 적용되는지는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구분 | 개정 전 | 개정 후 |
|---|---|---|
| 징역 상한 | 10년 | 20년 |
| 벌금 상한 | 2천만원 | 5천만원 |
| 적용 기준 | 행위 시점이 개정 전 | 행위 시점이 개정 후 |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넘어가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여러 건이 하나로 묶이는 사건에서는 금액 합산이 형량의 앞자리를 결정합니다.
무엇이 이어져야 사기가 되나
사기죄는 네 개의 고리가 순서대로 이어질 때 성립합니다.
- 상대를 속이는 기망행위가 있을 것
- 그로 인해 상대가 착오에 빠질 것
- 착오에 기하여 재물이나 이익을 넘기는 처분행위를 할 것
- 그 결과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것
여기에 처음부터의 편취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더해져야 합니다.
고리가 하나라도 끊어지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기망이 있었더라도 상대가 속지 않았다면, 또 속았더라도 그 때문에 재산을 넘긴 것이 아니라면 기수에 이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투는 쪽에서는 어느 고리가 약한지를 먼저 찾습니다.
못 갚은 것과 속인 것은 어디서 갈리나
실무의 최대 쟁점은 편취 고의입니다. 그것도 돈을 받는 시점의 고의입니다.
빌릴 때는 갚을 생각과 능력이 있었는데 뒤에 사정이 나빠져 못 갚게 된 것이라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이지 사기가 아닙니다. 반대로 받을 당시 이미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입니다.
고의는 마음속 문제여서 직접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빌릴 당시의 재산 상태와 채무 규모, 돈의 실제 사용처가 말한 용도와 같았는지, 갚으려 한 흔적이 있는지, 같은 시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빌렸는지가 함께 놓입니다. 이 정황이 시간순으로 정리되어야 고소든 방어든 시작됩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정리하는 순서와 강조점에 따라 민사와 형사의 경계 어느 쪽에 놓이는지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편취 고의는 언제를 기준으로 보나
판결이 확정된 뒤의 사정이나 지금 갚을 능력이 있는지가 아니라, 돈을 받던 그때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사건 자료도 그 시점을 중심으로 앞뒤를 함께 모아야 합니다.
어디까지가 기망에 해당하나
기망은 적극적인 거짓말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신분이나 직업, 재력을 꾸미는 것과 용도를 속이는 것이 전형이지만, 알려야 할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를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라고 합니다. 거래의 성격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사정을 숨긴 채 계약을 맺으면 기망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침묵이 기망이 되지는 않고,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가 사안마다 다투어집니다.
과장 광고 수준의 상술과 기망의 경계도 자주 문제 됩니다. 거래 관행상 용인되는 정도의 과장은 기망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을 꾸며 낸 경우에는 선을 넘습니다.
유형마다 어디를 보나
차용금 사기가 가장 흔합니다. 판단의 축은 차용 당시의 자력과 용도입니다. 이미 많은 채무로 돌려막기를 하던 상태에서 새로 빌렸다면 고의가 인정되기 쉽고, 사업을 하다 겪은 일시적 자금난이었다면 반대 방향의 사정이 됩니다.
투자 사기는 결이 다릅니다. 투자는 본래 손실 위험을 안는 거래이므로 손실이 났다는 사실 자체는 사기가 아닙니다. 문제는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을 꾸몄는지이고, 사업의 실체와 수익 구조, 자금의 사용처가 그 대상입니다.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실체 없는 사업에 끌어들인 경우, 받은 돈을 말한 용도와 달리 개인 채무 변제에 쓴 경우가 전형입니다.
물품이나 용역 대금 사기는 지급할 의사와 능력 없이 물건을 받거나 용역을 제공받은 경우입니다. 초기에 소액을 정상 결제해 신용을 쌓은 뒤 대량 주문을 넣고 잠적하는 방식이 전형으로 다루어집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는 별도의 법률과 가중 구조가 적용되는 영역입니다. 보이스피싱의 인출책이나 전달책으로 가담한 사건에서는 단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주장과 미필적 고의를 두고 공방이 벌어집니다. 계좌를 빌려준 행위만으로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문제 됩니다. 고액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다면 그 일의 실체부터 의심하는 것이 자기 방어입니다.
고소하는 쪽과 당한 쪽이 각각 준비할 것
고소장의 핵심은 거짓말 목록이 아니라 고의의 정황입니다.
송금 내역과 대화 기록, 차용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대가 돈을 받을 당시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사정, 곧 그때의 다른 채무와 돈의 실제 사용처를 함께 재구성해야 합니다. 안 갚는다는 내용만 담긴 고소는 민사 사안으로 분류되어 불송치나 불기소로 끝나기 쉽습니다.
불송치 결정을 받으면 이의신청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항고와 재정신청으로 다투는 경로가 각각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형사 고소와 별개로 가압류와 지급명령, 민사소송 같은 회수 절차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형사절차는 처벌의 문제이지 돈을 돌려받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소를 당한 쪽이 다투는 축도 같은 지점입니다. 받을 당시 갚을 자력과 계획이 있었다는 객관 자료를 시간순으로 내놓는 것입니다.
- 당시의 소득과 자산을 보여 주는 자료
- 받은 돈을 말한 용도대로 썼음을 보여 주는 증빙
- 일부라도 갚은 내역
- 사정이 달라진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
수사 단계의 피해 회복과 합의는 처분과 양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줍니다. 다만 회복했다고 해서 혐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관계 방어와 함께 가야 합니다. 혐의를 다투면서 정상 자료를 함께 내는 순서와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게 설계됩니다.
왜 계좌 내역이 결정적인가
사기 사건의 증거는 결국 돈의 흐름입니다.
계좌 내역은 지급의 시점과 경로, 사용처를 보여 주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입니다. 대화 기록은 그 지급의 명목을 보여 줍니다. 빌린 것인지 투자인지 증여인지가 거기에서 드러납니다.
두 축이 어긋나는 지점이 고의 판단의 핵심 재료가 됩니다. 말한 용도와 다른 사용처, 변제 약속과 다른 흐름이 그것입니다.
피해자든 피의자든 사건 초기에 할 일은 같습니다. 관련 계좌의 거래내역서를 기간을 넉넉히 잡아 발급받고, 대화 기록을 지우지 않은 채로 보존하며, 거래 경위를 시간순으로 다시 적어 두는 것입니다.
주의
대화 기록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지우면 유리한 부분까지 함께 사라집니다. 불리해 보이는 대목이 있더라도 원본 그대로 남겨 두고, 빠진 구간이 생기지 않도록 기기와 계정 양쪽에서 백업해 두십시오.
미수와 죄수, 시효는 어떻게 되나
사기죄는 미수도 처벌됩니다. 기망행위를 시작했으나 상대가 속지 않았거나 처분에 이르지 않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기는 피해자별로 죄가 성립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같은 피해자에게 반복해 편취한 경우에는 범의가 하나로 이어졌는지에 따라 포괄일죄로 묶이기도 합니다. 죄수를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이득액 합산, 곧 특정경제범죄법 적용 여부와 직결되므로 형량 계산의 앞 단계가 됩니다.
법원을 속이는 유형도 있습니다. 허위의 주장과 증거로 법원을 속여 승소판결을 받고 상대의 재산을 취득하는 소송사기입니다. 처분행위를 하는 것이 피해자가 아니라 법원이라는 점에서 삼각사기의 구조가 됩니다. 다만 소송사기를 인정하는 데에는 사법제도의 이용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며, 패소한 주장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개정으로 법정형이 올라갔으므로 행위 시점에 따라 어느 시효가 적용되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친족 사이의 사기에는 친족상도례 조문이 관련되지만, 그 적용 범위는 근래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재정비된 영역이므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확인할 것
· 돈을 받던 그 시점에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 기망, 착오, 처분, 취득의 연결이 끊긴 곳은 없는지
· 이득액이 5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법으로 가는지
· 행위 시점이 2025년 개정 전인지 뒤인지
· 민사 회수 절차를 함께 걸어 두었는지
· 계좌 내역과 대화 기록이 빠짐없이 보존되어 있는지
정리
승부처는 하나입니다. 돈을 받던 그 시점에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고소하는 쪽은 그 시점의 정황을, 다투는 쪽은 그때의 자력과 용도를 보여 주는 자료를 시간순으로 갖추어야 합니다. 기망에서 취득까지의 연결이 끊긴 곳은 없는지도 함께 봅니다. 형사와 민사는 목적이 다르므로 회수는 별도로 걸어 두어야 합니다.
투자나 동업이 얽혀 기망과 손실의 경계가 애매한 사건, 여러 피해자와 여러 거래가 묶인 사건, 고소와 역고소가 오가는 사건에서는 초기 사실 정리가 방향을 결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돈을 안 갚으면 사기죄인가요?
아닙니다. 빌리는 시점에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경우에 사기가 문제되며, 사후의 채무불이행 자체는 민사 문제입니다.
Q2. 사기죄의 형량은 어떻게 되나요?
형법 제347조는 2025. 12. 23. 개정으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득액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됩니다.
Q3. 말하지 않은 것도 기망이 되나요?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사실을 숨긴 부작위도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지의무의 존부는 사안별로 판단됩니다.
Q4. 합의하면 사기 사건이 끝나나요?
사기죄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합의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습니다. 피해 회복은 처분과 양형에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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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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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인용 법령: 형법(법률 제21450호, 시행 2026. 3. 12.) 제34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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