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를 앞둔 피의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통화·메신저 기록이 사라진 상태로 제출했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집니다. 누가 봐도 증거를 없앤 정황인데, 정작 그 행위 자체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의아해합니다. "증거를 없앴는데 증거인멸죄가 아니라고?"
맞습니다. 우리 법에서 자기 사건의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것은 원칙적으로 증거인멸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조금만 방식이 달라지면 곧바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특정 사건을 다루지 않고, 자기 증거인멸이 왜 처벌되지 않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처벌되는지를 정리합니다.
핵심 정리
증거인멸죄(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앨 때만 성립합니다
따라서 자기 사건의 증거를 스스로 인멸하는 것은 방어권 보장 취지상 처벌되지 않습니다
함정 1 — 자기 증거를 없애려고 남을 시키면(교사) 시킨 사람이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됩니다(판례)
함정 2 — 공범의 증거는 '타인의 증거'이기도 해서, 함께 없애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함정 3 — 초기화 대상이 공용 서류·전자기록이거나 타인 명의 문서 위조 등이면 별개의 죄가 성립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로, 부산 해운대를 거점으로 형사 사건을 처리해왔습니다.
1. 조문에 '타인의'가 들어 있다
핵심은 조문의 한 단어입니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타인의'가 결정적입니다. 조문은 남의 사건 증거를 없앤 경우만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자기 사건의 증거를 없앤 것은 이 조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통념과 어긋나지만, 법 문언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2. 왜 자기 증거인멸은 봐주는가 — 방어권
이것은 입법의 흠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형사절차에서 피고인·피의자에게는 방어권이 보장됩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진술거부권)가 대표적입니다. 대법원과 학설은 자기 증거인멸을 처벌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 본성의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본능인데,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자기 증거인멸을 처벌한다면, 거의 모든 범죄자에게 증거인멸죄가 하나씩 추가로 붙는 부당한 결과가 됩니다.
※ 다만 오해하면 안 됩니다.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과 "불이익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증거를 없앤 정황은 양형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구속영장 심사에서 증거인멸의 염려를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며, 재판부의 심증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없애도 죄가 안 될 뿐, 결코 유리해지지 않습니다.
3. 함정 1 — 남을 시키면 처벌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자기 증거인멸은 봐주지만, 남을 시켜서 없애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하여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경우, 교사한 사람에게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시킴을 받은 타인의 입장에서는 '타인(=시킨 사람)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앤 것이므로 그 타인에게 증거인멸죄가 성립하고, 그를 시킨 사람은 교사범의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내가 내 증거를 없앰 → 처벌 안 됨(방어권)
내 증거를 없애라고 남을 시킴 → 증거인멸교사죄(처벌), 시킴받은 사람도 증거인멸죄
즉 "내가 직접 하면 괜찮으니 사람을 시키자"는 발상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습니다. 혼자 조용히 하면 안 걸릴 일을, 남을 끌어들여 두 사람 모두 처벌받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탁받아 대신 없애 준 사람도 처벌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4. 함정 2 — 공범의 증거는 '타인의 증거'다
두 번째 함정은 공범이 있을 때입니다.
여러 명이 함께 저지른 사건에서, 그 증거는 나의 증거인 동시에 공범의 증거입니다. 판례의 흐름을 보면, 자기 증거인멸이 불처벌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한 경우이고, 공범을 위한 증거인멸이 함께 얽히면 그 부분은 '타인(공범)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따라서 조직적·공동으로 벌어진 사건에서 증거를 없애는 행위는, 순수한 자기방어를 넘어 공범 비호로 나아가는 순간 처벌 위험이 커집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지웠다"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5. 함정 3 — 없앤 '대상'에 따라 다른 죄가 붙는다
세 번째 함정은 무엇을 없앴는가입니다. 내 물건, 내 데이터가 아니라면 전혀 다른 죄가 성립합니다.
공용 서류·전자기록 손상 — 수사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보관·사용하는 서류나 전자기록을 없애면 공용서류등무효죄(형법 제141조 제1항, 7년 이하 징역 등)가 성립합니다. 이건 '자기 증거'가 아니라 국가의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타인 명의 문서·정보 조작 — 방어를 위해 타인 명의의 문서를 위조하거나 거짓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이 별도로 성립합니다.
참고인·증인에 대한 개입 — 자기 사건이라도 증인을 은닉·도피시키거나(제155조 제2항) 참고인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회유하면 강요·협박 등 별개의 죄가 문제 됩니다.
무고 — 방어를 넘어 없는 사실로 타인을 범인으로 지목하면 무고죄(제156조, 10년 이하 징역 등)가 됩니다.
즉 자기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것과, 수사기관 자료를 손대거나 남을 끌어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전자는 불처벌이지만 후자는 새로운 범죄입니다.
6. 친족이 없애 주면? — 특례와 그 한계
형법 제155조 제4항은 특별한 규정을 둡니다.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증거인멸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인간적 정리를 고려한 것입니다. 가족이 피의자를 돕는 것을 기대 가능성 차원에서 배려한 규정입니다. 다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사실혼은 제외 — 판례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은 민법상 친족이 아니므로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본인을 위하여'가 전제 — 다른 목적이 섞이면 특례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친족이 아닌 지인은 당연히 처벌 — 친구·직원 등이 없애 주면 그대로 증거인멸죄입니다.
7. 13년간 형사 사건을 다루며 본 갈림길
증거 관련 사건에서 결과가 갈리는 지점을 정리합니다. 개별 사건이 특정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바꿔 일반화했습니다.
첫째, "지워도 죄가 안 된다더라"만 듣고 남을 끌어들이는 경우입니다. 자기 증거인멸이 불처벌이라는 말만 듣고, 정작 지인에게 부탁했다가 교사범이 됩니다. 부탁받은 지인도 처벌됩니다. 불처벌의 범위는 '스스로, 혼자, 자기 것'에 한정된다는 점을 놓친 것입니다.
둘째, 증거를 없애면 유리해질 것이라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처벌은 안 돼도, 증거인멸 정황은 구속 사유이자 양형 악재입니다. 없앤 사실이 드러나면 재판부는 "떳떳하다면 왜 없앴는가"라는 심증을 갖습니다. 없애서 得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셋째, 방어와 새로운 범죄의 경계를 넘는 경우입니다. 자기 것을 지우는 것을 넘어 서류를 조작하거나 남을 범인으로 지목하면, 방어가 아니라 위조·무고라는 더 무거운 죄가 됩니다. 방어권은 '소극적으로 다투는 것'까지이지 '적극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 위 내용은 개별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죄의 성립과 양형은 증거와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8. 부산에서 형사 사건 변호사를 선임할 때 확인할 점
부산에서 형사 사건 변호사를 선임할 때 확인할 점은 ①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전문분야 여부 ② 방어권의 범위와 별건 위험을 정확히 안내하는지 ③ 양형과 구속 심사까지 함께 대비하는지입니다. 이 영역은 잘못된 자가 대응이 오히려 새로운 죄나 구속 사유를 만들 수 있어, 초기에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산·해운대 사건이라면 관할에 따라 부산지방법원 또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해운대구·기장군 관할)에서 절차가 진행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로, 부산 해운대를 거점으로 13년간 형사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부산·울산·창원·김해·양산·대구·포항·제주 사건을 중심으로 처리하며, 세종·천안·광주·전주 지역 의뢰도 사건 전담 변호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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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제 휴대폰을 초기화하면 증거인멸죄로 처벌되나요?
A.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앨 때 성립하므로, 자기 사건의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것은 방어권 보장 취지상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처벌되지 않을 뿐, 그 정황은 구속영장 심사에서 증거인멸의 염려를 뒷받침하고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Q. 자기 증거인멸이 죄가 안 된다면 왜 문제가 되나요?
A. 처벌되지 않는 것과 불이익이 없는 것은 다릅니다. 증거를 없앤 사정은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의 염려를 뒷받침하고, 재판부의 심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양형에서 불리하게 반영됩니다. 또한 없앤 대상이나 방법에 따라 공용서류등무효죄, 사문서위조죄 등 별개의 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없애면 어떻게 되나요?
A. 처벌됩니다. 대법원은 자기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경우 교사한 사람에게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부탁받아 대신 없애 준 사람도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앤 것이므로 증거인멸죄로 처벌됩니다. 혼자 하면 불처벌인 일이 남을 끌어들이면 두 사람 모두 처벌되는 결과가 됩니다.
Q. 가족이 대신 증거를 없애 주면 처벌되나요?
A. 친족이나 동거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한 경우에는 형법 제155조 제4항에 따라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은 민법상 친족이 아니어서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고, 친족이 아닌 지인이 없애 주면 그대로 증거인멸죄로 처벌됩니다.
Q. 부산에서 형사 변호사를 찾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A. 대한변호사협회 전문분야 인증 여부, 방어권의 범위와 별건 위험을 정확히 안내하는지, 양형과 구속 심사까지 함께 대비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된 자가 대응은 오히려 새로운 죄나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나의변호사'(www.klaw.or.kr)에서 지역별·분야별 전문분야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로 부산 해운대를 거점으로 형사 사건을 처리해왔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평가가 아닙니다. 재판이 확정되기 전의 피의자·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됩니다. 죄의 성립과 양형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작성일(2026년 7월 29일) 기준 법령을 반영했으며 이후 개정될 수 있습니다.
관련 정보
· 법령 원문: 형법 (제141조·제155조·제156조) · 형사소송법
· 전문분야 확인: 대한변호사협회 나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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